조회 수 2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실제 나의 존재와 별개로 나의 이미지, 추상적인 자아관을 지키려는 욕망은 대단하다. 생각해 보면 나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는 게 곧 나의 일상에 큰 타격을 주거나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인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론 나의 ‘이미지’가 다치는 걸 내가 다치는 것보다 더 크게 생각하며 절대로 나에 대해 나쁜 소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게 하려는 등 갖은 노력을 다 한다.

 

GIB 제공
GIB 제공

스스로의 자아상을 드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약 90%의 사람들이 성격, 운동신경, 지능, 업무 성과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적어도 나는 평균은 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90%의 교수들이 동료 교수들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나는 평균 이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최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그래도 나는 여전히 평균 이상의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자기를 높이는 편향(self-serving bias)뿐 아니라 내가 잘못 한 건 어디까지나 ‘실수’이거나 운이 나빠서이지만 남이 잘못한 건 걔가 원래 무능해서이고, 반대로 내가 잘 한 건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지만 남이 잘 한건 그냥 어쩌다가 잘 한거라며 가급적 본인이 좋은 방향으로 인과를 해석하는 귀인오류, 남들이 속한 집단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도덕성, 성과 등 여러 방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기 등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높이는 책략은 다양하고 흔하게 나타난다(Crocker & Park, 2004). 이렇게 가급적 안 좋은 모습은 숨기는 반면 좋은 모습은 과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빗대어 꼭 전체주의적 독재국가 같은 모습이라고 이야기 하는 학자들도 있다(Leary, 2007).


물론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가급적 좋은 해석을 내릴 때 생기는 장점들이 있다. 자신감이 생겨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던가 긍정적 정서를 더 자주 느낀다던가 등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인한 ‘단점’ 또한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쉽게 버럭하거나 타인에 대해 폭력성ㆍ공격성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예전에는 이들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지만 많은 연구 끝에 이들의 자아관은 결코 겸손하지 않으며 그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Baumeister et al., 2000).


타인에게 갑질하거나 무례하고 약자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인종차별 등)를 보이며 작은 일에도 자신을 무시한다며 폭력을 휘두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기보다 지나치게 높으며, 이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려져 있는 자아관을 지키기 위해 늘 애쓰는 등 자존감 유지에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들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Bushman & Baumeister, 1998).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애쓸수록 자존감이 추락할 때의 충격이 크며, 따라서 자존감이 높을수록 방어에 대한 욕구도 크다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높은 자존감의 긍정적인 측면은 유지하되 부정적인 측면은 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에게 친절하고 따듯한 태도를 유지하되, ‘타인’에 대해서도 자애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 남들보다 우월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다같이 부족함 많은 ‘인간’으로서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을 깨닫는 것이라고도 한다.

 

GIB 제공
GIB 제공

연구들에 의하면 이렇게 자신이 인류의 한 부분이며 모두와 차이점 못지 않게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세상에서 나만 힘든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부족함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연대감을 갖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스로에게 따듯하면서 타인에게도 따듯할 수 있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에 대한 의향도 더 높게 보인다(Welp & Brown, 2014).


‘죽음’ 이나 ‘삶의 의미’ 같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삶의 유한함이나 존재론적인 질문을 맞닥트렸을 때, 또는 인간보다 거대한 존재(신이나 영적인 존재)를 맞닥트렸을 때 앞으로는 더 남을 돕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유령을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고 나서 착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해서 ‘스크루지 이펙트’라고도 불리는 현상이다.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자연 경관’이나 ‘광대한 우주’ 등을 통해서 경외감(awe)을 느낄 때도 자신은 생각보다 작은 존재였다며 작은 자아(small self)를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Bai et al., 2017).


연구자들은 매일매일 일기를 쓰도록해서 그 속에서 어떤 사건과 감정이 작은 자아와 연관되어 있는지, 또 실제 국립공원 같이 광대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 또는 자연경관에 대한 사진 등을 통해 사람들의 자아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그 결과 자연 등을 통해 특히 ‘경외감’이라는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은 실은 작은 존재이며 큰 세상의 일부라는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났다.


남들은 다 뭘 잘 모르고 있고 내가 제일 잘 났다거나 내가 타인을 챙길 필요는 없지만 남들은 나를 꼭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등 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인간의 자아중심성과 오만함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연 등 나보다 더 큰 무엇을 이따금씩 바라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방법이 무엇이든 이렇게 나의 자아상을 드높이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좀 벗어나서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세상과 주변 사람들도 챙기며 사는 것의 장점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다음을 강조한다(Leary et al., 2016).


1)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할 것 2)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조금만 곱씹을 것 3) 나라는 사람이 통째로 대단하거나 거지같은 존재라고 싸잡아 평가하기보다 자신에대한 구체적인 사실 하나하나에 주목(잘못 하나 잘한 일 하나 각각)하며 일반화하지 말 것 4)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을 줄일 것이다.


꼭 남들과 비교해서 누구보다 대단하고 우월해야만, 또는 비현실적으로 모든 면에 있어 완벽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아를 드높이려고만 했던 태도를 조금 버릴 때 다른 중요한 것들이 보이고 진정으로 나와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 참고문헌
Bai, Y., Maruskin, L. A., Chen, S., Gordon, A. M., Stellar, J. E., McNeil, G. D., ... & Keltner, D. (2017). Awe, the diminished self, and collective engagement: Universals and cultural variations in the small sel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dx.doi.org/10.1037/pspa000008
Baumeister, R. F., Bushman, B. J., & Campbell, W. K. (2000). Self-esteem, narcissism, and aggression: Does violence result from low self-esteem or from threatened egotism?.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9, 26-29.
Bushman, B. J., & Baumeister, R. F. (1998). Threatened egotism, narcissism, self-esteem, and direct and displaced aggression: Does self-love or self-hate lead to viol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 219-229.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 130, 392-414.
Leary, M. R. (2007). The curse of the self: Self-awareness, egotism, and the quality of human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Leary, M. R., Diebels, K. J., Jongman-Sereno, K. P., & Hawkins, A. (2016). Perspectives on Hypo-egoic Phenomena From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In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47-61). Oxford University Press.
Welp, L. R., & Brown, C. M. (2014). Self-compassion, empathy, and helping intention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9, 54-65.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