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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 “엄마 닮은 여성이 이상형이지만, 금세 흥미 잃는 건 왜죠

 

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를 시작합니다. 분노, 질투, 외로움, 조바심···. 나를 스스로 괴롭히며 상처를 주는 내 마음속 몬스터들입니다. ‘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를 통해 내 안의 몬스터를 발견하고 이해하며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상처받기 싫어 이상형 만나면 지레 포기

어릴 적 엄마 사랑 못 받은 데서 기인

스스로 멋진 존재라는 사실 자각해야

 

성호씨의 연애는 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창 타오르는 듯 보이다가도 어느 시점부터는 흐지부지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장점이 많은 그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오해했다. “너무 눈이 높은 것 아냐?” 이 정도 말은 좋은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성호씨가 이 사람, 저 사람을 옮겨 타며 너무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성호씨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오해였다. 실제 성호씨의 연애를 보면 누군가를 짝사랑하다 스스로 포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에겐 길게 집착하기도 했다. 성호씨는 이야기했다. “제가 아직 제대로 임자를 만나지 못해 이런 걸 거예요.” 그런 말을 하기엔 그의 나이가 좀 많았지만 요즘은 삶이 만만치 않다. 마흔이라고 꼭 노총각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성호씨의 아버지는 바빴고 집 밖으로 돌았다. 성호씨는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아버지는 가정을 건사하려고 바쁘다고 말했지만 스스로의 성취나 발전이 중요한 인물이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외도로 인해 조금 시끄러웠던 사건도 있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성호씨가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반면 어머니와 성호씨는 매우 친밀했다. 성호씨는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생활력도 강하면서 아들에 대한 정성도 지극했다고. 뒤늦게 일을 시작한 어머니는 사업 수완이 좋으셨다. 하지만 타고난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성호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주셨다. 아버지가 집 밖으로 돌다 보니 성호씨와 어머니는 정서적으로 가까웠다. 어머니는 종종 성호씨를 앞에 앉혀 두고 맥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성호씨가 애인으로 사귀던 사람들은 그가 진짜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깊은 애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편안했다. 물론 그런 관계가 오래 갈 수는 없다. 상대방 역시 성호씨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성호씨는 수줍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머니와 닮은 사람들이라고. 그에게 이상적인 이성은 어머니였다. 그는 궁금해 했다. 자신이 어머니를 닮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막상 가까워지면 흥미를 급격히 잃는다고. 그는 자신이 소위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 했다. 자신이 어머니와 가깝다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자극해 불안을 유발하는 것 같다며 스스로를 분석했다.

 

신화 속에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 이 이야기를 가져와 프로이트가 말한 개념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프로이트는 모든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서 이성의 부모를 사랑하는 시기를 거치며, 이 시기의 갈등을 잘 해소해야 신경증 없는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호씨는 정말 스스로 생각하듯 오이디푸스 갈등을 겪는 것일까? 죄책감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과는 편하게 오래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과는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그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이상 답이 그것일 리는 없었다. 정말 그것이 답이었다면 답을 찾아낸 그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극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문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심리학의 대유행 덕에 그는 자신의 어려움에 적당한 이름을 붙일 수 있었지만 번지수가 맞지 않았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성호씨의 고통은 실은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성호씨의 어머니는 성호씨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성호씨보다 자신의 삶이 중요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답답할 때만 성호씨를 필요로 했다. 성호씨를 앞에 두고 남편 흉을 보고,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했다. 막상 성호씨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는 곁에 없었다. 일하느라, 살림하느라 바쁜데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며 내쳤다. 아버지 역시 밖으로 돌았고 형제도 없었기에 성호씨는 어머니가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성호씨의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아들을 가까이 했고, 성호씨가 필요를 느낄 때는 성호씨의 욕구를 무시했다. 성호씨는 이 상처를 견디기 어려웠다. 어머니마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성호씨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엄마는 날 사랑했지만, 아빠를 두고 나와 같이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피한다고. 엄마가 정말 사랑한 사람은 나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어린 성호씨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속으로 자신을 숨겼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이들은 때로 이처럼 무서운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반복하며 스스로 깊게 믿는다. 그리고 그 생각에 따라 실천함으로써 그저 생각이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성호씨는 자신이 한 번도 사랑받은 적이 없으며 사랑받기 어려운 존재라는 뿌리 깊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믿는다. 자신이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스스로 먼저 피한다. 다시금 상처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호씨는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의 부모가 그를 사랑하는 데 서툴렀고, 아이보다 스스로가 너무 소중했을 뿐이다.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만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은 사랑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서야 사랑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부모가 되고서도 사랑에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그것은 부모의 허물이라는 사실이다. 성호씨의 문제는 아니다. 성호씨는 사랑받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그의 부모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스스로를 용서하면 그에겐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을 꿈꿀 필요는 없다. 완벽한 상대를 기대하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 완벽한 사람을 기대하는 것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고, 그러다 먼저 포기하는 것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상처는 받고 싶지 않지만 외로움은 견딜 수 없어 가벼운 사랑을 하지만 그런 사랑이 그를 구원할 수는 없다. 성호씨에겐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그 출발의 시작은 비록 그의 부모는 그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지만, 이제 자신만큼은 자신의 편이 되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부모는 그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한 능력을 주었다. 아쉽지만 그만하면 충분하다. 그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5&aid=000268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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