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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인한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본래 감정적인 성향인데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 말인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였을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가 망설여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으로 꾹꾹 눌러 담은 것이. 그렇게 억눌린 감정은 불시에 튀어나와 나를 당황스럽게 하곤 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그의 저서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통해 우리 내면에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므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알고, 이를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한다. 어쩌다 우리 인간의 본능적 감각의 언어인 감정에 대해서조차 수업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나 생각하니 씁쓸하다. 오늘날 나와 같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억누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가 조바심을 느끼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조바심 내지 않는 이유 /> 책표지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조바심 내지 않는 이유> 책표지
ⓒ 위즈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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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가 위 책을 통해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긍정하고 이를 표출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사이토 다카시는 책 <내가 조바심 내지 않는 이유>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우리 인간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조바심을 가져온다고 지적하며 조바심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쁜 출근길에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른 기억이나 엘리베이터가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아 다급해졌던 순간. 친구에게 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거나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렸는데 조회 수나 공감 개수가 올라가지 않아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기억.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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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느끼는 감정을 우리는 조바심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이렇게 조바심을 느끼는 까닭은 세상의 흐름과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추려고 애쓰다보니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하고 조바심을 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더해 '급격해진 커뮤니케이션 과다'를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에 이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단숨에 보급되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초연결 상태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9쪽

"그렇기에 현대인은 타인에 대한 감정의 안테나가 섬세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사소한 일로도 감정의 혼란이나 일렁임이 생겨나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이 더욱 늘어난 게 아닐까요." - 12쪽

필요와 편리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이 오히려 타인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과도한 연결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조바심이 날 때 어떻게 대처할까

그렇다면 조바심이 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조바심이 날 때 우선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파악하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파악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세 가지를 소개하면, 그 첫 번째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유진 젠들린(Eugene Gendlin)의 '포커싱'이라는 방법이다.

"포커싱이란 작은 불안이나 초조, 분노나 서툼, 혐오감 같은 일렁이는 감정(마음 속에 이는 잔물결)을 '몸의 감각'으로 초점을 맞추어 그 정체를 찾아나가는 심리요법"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부러움, 질투와 같은 감정을 '배가 아프다'는 신체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누구와 대화를 하거나 어떤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감각을 호소한다면, 거기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를 통해 감정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감정 또한 섞이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감정'인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감정'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4%만이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어니 J. 젤린스키가 말했듯이 고민해봤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빨리 단념하는 것이 낫다. "부정적인 감정에 소모되는 시간이나 에너지를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내는 연습

부정적인 감정을 파악했다면, 이를 어떻게 걸러내야 우리의 조바심이 사라질까. 저자는 크게 푸념 효과, 노래 효과, 예술 효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고난 뒤 속이 시원해진 기분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푸념효과다.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혼자라도 말할 수 있는' 편안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감정 처리 장소'를 만들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10월에 종영된 tvN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박하선)는 음성 인식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곤 했다. '오죽 답답했으면'이라는 생각에 안쓰러움을 유발하곤 했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으니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가수가 아니어도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감정의 분출구' 역할을 하는 노래방(노래 효과), '영화 속 주인공의 비극'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예술 효과) 역시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내야 한다고 하니 일견 저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나쁘게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해서 쌓여 마음속 '응어리'가 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청소기의 필터가 먼지를 거르듯이 우리 마음속에도 필터가 있어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따라서 조바심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걸러주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바심을 관리할 수 있는 '1분 처방전'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우리가 일상에서 조바심을 관리할 수 있는 '1분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선택이 어려울 때 선택 이후의 상황이 아니라 감정을 상상한다.
-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함으로써 불안이나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올 수 없게 한다.
- 스스로 '마음 관리인'이 되어 불청객(부정적인 감정)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한다.
- '마이너스 감정을 메우기 위해' 고기를 구워 먹는다.
- '감정의 수지 타산 관리'를 위해 수첩에 마이너스 감정과 플러스 감정을 정리하여 균형을 맞춘다.
- 수첩에 해야 할 일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적어 미션을 수행하듯 처리한다.
- 평소에 하던 일을 습관대로 한다.
- '서로의 감정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담담한 교류'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수첩에 구체적으로 적어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발상도 신선하지만, '마이너스 감정을 메우기 위해' 구운 고기를 먹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기분이 우울하다는 마이너스 감정을, 맛있는 고기를 먹어서 행복해졌다는 플러스 감정으로 전환시킨다는 저자의 말이 꽤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단,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마지막 보루'이므로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곧 우리 자신을 말해준다. 감정을 과도하게 억압하여 정작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거나 불안이나 초조, 조바심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채 살게 될 것이다. 고로 일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되,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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